연남동에서 숨만 쉬어도 오천 원이 나간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적어도 최칠구의 계산법에 따르면 그렇다. 그는 연남동 옥탑방 생활 5년 차로, 스스로를 '연남동 무임승차 전문가'라 부른다.
칠구의 목표는 명확하다. 단돈 일 원도 쓰지 않고 이 동네의 화려함을 속속들이 빨아먹는 것.
"자, 오늘의 1교시 음악 감상 시작해볼까."
오후 2시, 칠구는 슬리퍼를 끌고 <경의선 숲길>로 나선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비싼 배달 음식을 먹는 커플들 사이에서, 그는 정확히 스피커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무료 벤치 사수파다.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는 칠구에겐 공짜 배경음악이다. 그는 가방에서 집에서 타 온 보리차를 꺼내 들고는, 마치 수십만 원짜리 와인을 시음하듯 공기 중의 재즈를 음미한다.
음악에 취기가 오를 때쯤 칠구는 '시각 교실'을 위해 좁은 골목길로 스며든다.
요즘 연남동 골목은 전 세계 옷쟁이들의 런웨이다. 칠구는 <매그놀리아미스> 앞 낡은 담벼락에 등을 붙이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을 품평한다.
"저 친구는 색 조합이 계란프라이군"
"저 아가씨는 오늘 너무 힘을 줬어."
칠구에게 이 골목은 입장료 없는 스트리트 패션쇼장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후각 교실'이다.
칠구는 유명 중식당 <중화복춘 살롱 시그니처> 뒷골목으로 향한다. 담장 너머로 풍겨오는 고소한 가지튀김 냄새와 매콤한 짬뽕 국물의 향기. 칠구는 코를 킁킁거리며 그 냄새를 한 움큼 들이마신다.
"음, 오늘은 기름 온도가 아주 시그니픽 하구먼."
그때, 식당 뒷문을 열고 나오던 주방장과 눈이 마주쳤다. 칠구는 당황하지 않고 헛기침을 하며 벽에 붙은 구청 게시물을 읽는 척했다. 주방장은 피식 웃으며 손에 든 만두 한 알을 냅킨에 싸서 칠구에게 툭 던졌다.
"아저씨, 냄새만 맡지 말고 맛도 좀 봐요. 오늘 만두가 좀 남았네."
칠구는 만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다시 숲길로 향했다.
연남동은 화려한 간판과 비싼 메뉴판으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칠구처럼 뻔뻔하게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쩍 만두 한 알을 내어주는 '진짜 사람 소리'가 살고 있다.
노을이 지는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칠구는 오늘 수확한 공짜 재즈와 만두의 맛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역시 연남동은 비싼 동네가 아니라, 다정한 동네라고.
그는 내일의 '무임승차 코스'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