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깊숙한 골목, 오래된 종이 냄새가 정겨운 작은 독립 책방에서 준우가 문을 열고 나왔답니다. 그의 손에는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소중한 ‘은색 만년필’이 꼭 쥐여 있었지요.
그런데 그때, 담벼락 위에서 낮잠을 자는 줄만 알았던 하얀 고양이가 번개처럼 내려와, 준우의 만년필을 낚아채 달아났답니다!
"안 돼, 내 펜!"
당황한 준우는 하얀 꼬리를 쫓아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
고양이가 이끄는 길은 마치 마법이 걸린 미로 같았답니다. 낮은 지붕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집집마다 놓인 작은 화분들이 정겨운 인사를 건네는 골목이었지요.
고양이는 담장들을 가볍게 타넘으며 어느덧 ‘경의선 숲길’로 접어들었답니다. 숲길은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어요. 준우는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멀어지는 하얀 그림자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답니다.
번잡한 숲길을 지나 다시 한적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나지막한 건물의 카페 ‘코니스(CONIS)’가 나타났어요.
고양이는 카페 흰색 담장 밑에 앉아 준우를 가만히 기다려 주었지요.
마침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고소한 버터 향기가, 준우의 발길을 붙잡았답니다. 준우는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스콘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어요.
"잠시 멈춰 서면 보이는 것들이 있단다."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가 지친 준우의 마음을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답니다.
—
잠시 쉬며 기운을 차린 준우가 펜으로 손을 뻗으려는 찰나, 고양이는 다시 만년필을 입에 물고 근처 ‘놀이터’로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적막이 흐르는 놀이터는 붉은 노을빛에 물들어 있었지요.
고양이는 미끄럼틀 가장 높은 곳에 만년필을 올려두고는, 임무를 다했다는 듯 뒷걸음질 쳐 가만히 준우를 바라봤어요.
준우가 조심스럽게 미끄럼틀로 다가가는 순간, 아무도 없는 놀이터의 그네가 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만년필이 가리키는 모래바닥 위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신비로운 글자들이 하나둘 나타났답니다.
이 낡은 놀이터 아래에는 대체 어떤 비밀이 잠들어 있는 걸까요?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