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꼬리를 살랑살랑

by 로코서울 편집부

연남동엔 이상한 애들이 많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보면 대뜸 엉덩이부터 들이밀고, 처음 만난 사이에도 서로 냄새부터 맡는 애들. 다들 너무 쉽게 친해지고,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너무 쉽게 꼬리를 흔들었다.

소심한 나는 그런 게 조금 어려웠다. 며칠 뒤, 내가 새벽 두 시에 고양이카페 창문을 따게 될 줄도 모르고.

나는 책방밀물 건물 2층에 산다. 아침 산책 코스는 한결같다. 계단을 내려와 골목길에 퍼진 고소한 스콘 냄새를 따라간다.

“알았어, 알겠다니까. 천천히 가자, 잡스.”

민수가 팔을 끌려오며 말했다.

“누가 골댕이 아니랄까 봐, 점점 더 힘이 세진다니까.”

스콘 냄새의 근원지는 코니스. 정원에는 벌써 수국이 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철푸덕 누워 직원들의 쓰다듬을 즐긴다.

민수는 괜히 메뉴판 앞을 서성이며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매니저에게 말을 건다. 인간들의 관점에서 상당한 미인인가 보다.

나는 그걸 흥미롭게 지켜봤다. 인간들의 구애 행동은 강아지들보다 훨씬 복잡했고, 대체로 성공률이 낮았다.

커피와 스콘을 손에 들고 우리는 연트럴숲길로 향했다.

“전방 11시 방향. 어때?”

민수가 물었다.

나는 힐끗 보고 고개를 돌렸다.

“머릿결이 별론데. 낫 마이 스타일.”

“너 진짜 까다롭다, 잡스.”

까다롭긴.

그때였다.

길 건너 고양이카페 쇼윈도 너머, 햇빛 드는 캣타워 위 은색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바다 같은 에메랄드 눈동자.

심장이 꼬리를 흔들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2030년, 동물언어번역기는 아직 선택 사항이었다. 외로운 인간들은 자기 반려동물과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민수도 그중 하나였다.

반면 고양이카페 고양이들에겐 번역기가 없었다.

“이름이 릴리네. 넘 예쁘게 생겼다. 파는 건지 물어볼까?”

나는 그 인간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를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카페 앞에 섰다.

“또 왔네?”

“오늘은 덜 꼬질하네.”

“목욕했거든.”

“잘했어. 지난번엔 초콜릿에 풍덩 빠진 츄러스 같았어. 난 초콜릿 질색이야.”

릴리는 시크했고, 나는 점점 그녀가 좋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가 아주 작게 말했다.

“나, 밖에 나가보고 싶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목줄이 처음으로 조이는 걸 느꼈다.

코니스 정원 산책길
#연남동#반려동물#번역기#고양이카페#로맨스

シリーズ

エピソード一覧

  1. 01심장이 꼬리를 살랑살랑現在
  2. 02새벽 두 시의 탈출
  3. 03와우교 밑의 고백
  4. 04연남벚꽃길

로코서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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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네를 짧은 이야기와 산책 동선으로 엮는 로코서울 편집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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