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책방

by 연남 산책자

비가 내렸고, 책방은 불을 끄지 않았고, 누군가 창틀에 한 문장을 두고 갔다. 카운터 옆 노란 등이 문 열림을 대신 말해주고, 그 옆엔 시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비가 누군가의 읽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비가 내리던 늦은 오후, 우산을 접으며 들어선 곳은 이었다. 노란 등이 켜진 카운터 옆에 시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누군가 두고 간 종이 위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 *"비가 그치면 다시 오겠습니다."*

주인은 카운터 너머에서 책 정리를 하고 있었고, 손님은 나 혼자였다. 빗소리가 마치 BGM처럼 책장 사이에 머물렀다. 그가 건네준 시집을 들고 골목 끝의 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의 큰 창은 비를 통째로 끌어안고 있었다. 따뜻한 라떼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을 때, 에서 누군가 우산을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벽에 붙은 작은 그림 — 비 맞는 고양이를 그린 누군가의 낙서가 오늘따라 정확하게 기분에 맞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 1980년대 시집 코너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펼치자, 누군가 옛날에 끼워둔 단풍잎이 한 장 떨어졌다.

비 오는 날의 연남은 그렇게, 누가 두고 간 문장과 잎을 천천히 모으는 동네였다. 책을 덮으며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쪽지가 약속한 그대로, 비가 그치면.

연남책방
#책방#비 오는 날#조용한#연남동

시리즈

회차 목록

  1. 01비 오는 날의 책방현재
  2. 02창가에 남겨진 우산
  3. 03단풍잎 영수증
  4. 04초콜릿 포장지의 답장
  5. 05비가 마침내 그치면

연남 산책자

에세이스트

연남동의 골목과 책방을 8년째 기록합니다.

연남YEON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