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고, 책방은 불을 끄지 않았고, 누군가 창틀에 한 문장을 두고 갔다. 카운터 옆 노란 등이 문 열림을 대신 말해주고, 그 옆엔 시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비가 누군가의 읽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비가 내리던 늦은 오후, 우산을 접으며 들어선 곳은 이었다. 노란 등이 켜진 카운터 옆에 시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누군가 두고 간 종이 위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 *"비가 그치면 다시 오겠습니다."*
주인은 카운터 너머에서 책 정리를 하고 있었고, 손님은 나 혼자였다. 빗소리가 마치 BGM처럼 책장 사이에 머물렀다. 그가 건네준 시집을 들고 골목 끝의 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의 큰 창은 비를 통째로 끌어안고 있었다. 따뜻한 라떼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을 때, 에서 누군가 우산을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벽에 붙은 작은 그림 — 비 맞는 고양이를 그린 누군가의 낙서가 오늘따라 정확하게 기분에 맞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 1980년대 시집 코너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펼치자, 누군가 옛날에 끼워둔 단풍잎이 한 장 떨어졌다.
비 오는 날의 연남은 그렇게, 누가 두고 간 문장과 잎을 천천히 모으는 동네였다. 책을 덮으며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쪽지가 약속한 그대로, 비가 그치면.